직원 30명인 식품 유통 회사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3월에 경리 담당자가 그만둔 뒤 여섯 달째 채용 공고를 올려 두었지만 지원자가 없고, 세금계산서 발행과 거래처 미수금 정리는 영업팀장이 저녁마다 떠안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가 드물지 않다는 것은 통계로도 보입니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상반기 조사에서 사업체들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고 답한 인원은 46만 7천 명이었고, 직종별로는 경영·행정·사무직이 6만 5천 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일할 사람은 이미 줄기 시작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2025년 10월 통계청에서 승격)가 2026년 7월 발표한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3,587만 명으로 1년 전보다 39만 3천 명 줄었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2%로,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집계한 2015년 이후 처음 7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65세 이상 비중은 20.7%로 처음 20%를 넘었습니다.

앞으로는 속도가 더 붙습니다. 가장 최근 공식 전망인 장래인구추계(2023년 12월 발표, 중위 시나리오)는 생산연령인구가 2022년 3,674만 명에서 2030년 3,417만 명, 2072년 1,658만 명으로 줄 것으로 봤습니다. 연평균 감소 폭도 2020년대 32만 명에서 2030년대 50만 명으로 커집니다. 1955~1963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차례로 65세를 넘기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입니다.

최근 출생아가 늘면서 올해 새로 나올 추계는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은 2026년 3월 인터뷰에서 새 추계의 중위 시나리오가 지난번 고위 시나리오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태어난 아이가 일터에 들어오기까지는 15년 넘게 걸립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회사가 뽑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이미 태어난 세대가 정합니다.

비어 있는 자리는 작은 회사에 더 많습니다

고용노동부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는 부족 인원을 “채용 계획과 상관없이 정상적인 경영과 주문 대응에 지금보다 더 필요한 인원”으로 정의합니다. 2026년 4월 1일 기준 이 숫자는 46만 7천 명이었고, 그 가운데 42만 1천 명이 300인 미만 사업체에 있었습니다. 인력 부족률도 300인 미만이 2.6%로 300인 이상(1.4%)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같은 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2·3분기 채용 계획 인원(46만 명)이 부족 인원보다 7천 명 적었는데,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로 통계를 낸 2021년 이후 이런 역전은 처음입니다. 노동부는 중동발 불확실성으로 채용 계획이 줄어든 영향으로 봤습니다. 사람이 모자란다고 느끼면서도 선뜻 뽑지 못하는 회사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부족 인원이 가장 많은 직종이 경영·행정·사무직이라는 점은 AI와 바로 연결됩니다. 견적서 작성, 주문 내역 정리, 거래처 메일 회신, 주간 보고 취합처럼 사무직 업무의 상당 부분은 글과 숫자를 읽고 옮기고 요약하는 일입니다. 생성형 AI(글이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AI)가 잘하는 일이 바로 이런 종류입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밀린 업무의 일부를 AI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이 “왜 지금인가”에 대한 첫 번째 답입니다.

한국은행도 같은 방향의 숫자를 냈습니다. 2025년 2월 BOK 이슈노트 「AI와 한국경제」는 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줄면 2023~2050년 한국 GDP가 AI 없이 16.5% 줄어들 수 있지만,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그 감소 폭을 5.9%까지 좁힐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나라 전체의 계산이지만 회사 단위로 옮겨도 이야기는 같습니다.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한 사람이 처리하는 일의 양이 늘어야 지금의 매출을 지킬 수 있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는 작은 회사에 더 많습니다 관련 장면
AI 생성 이미지

경쟁사는 어디쯤 와 있나

AI를 활용하는 국내 기업은 아직 소수지만 그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국가데이터처 기업활동조사(상용근로자 50인 이상이면서 자본금 3억 원 이상인 회사법인)를 분석한 결과, AI를 활용하는 기업 비중은 2017년 1.4%에서 2024년 9.2%로 늘었습니다. 2022년 4.3%, 2023년 6.1%, 2024년 9.2%로 최근 2년 사이 증가세가 특히 가팔랐습니다.

회사보다 직원이 더 빠릅니다. 한국은행이 2025년 8월 발표한 조사에서 국내 취업자의 51.8%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쓰고 있었고, 비교 대상인 미국(26.5%)의 두 배 수준이었습니다. 회사가 공식 도구를 정하지 않았어도 직원들은 이미 개인 계정으로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해외 숫자와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커 보입니다. 그런데 이 차이는 누구에게 무엇을 물었느냐에서 상당 부분 생깁니다.

조사 대상 AI를 쓰는 비율
스탠퍼드 AI Index 2026 (맥킨지 설문 인용) 전 세계 기업 임원·실무자 설문 88% (2025년, 한 가지 이상 업무에 사용)
직능연의 기업활동조사 분석 국내 50인 이상 회사법인 전반 9.2% (2024년)
같은 분석, 300인 이상 18.0%
같은 분석, 100인 미만 6.2%

맥킨지 설문은 임원과 실무자가 자기 회사에 대해 답하는 방식이고, 한 가지 업무에서라도 AI를 정기적으로 쓰면 “사용”으로 셉니다. 기업활동조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법인을 폭넓게 조사해 회사 차원의 활용 여부를 묻습니다. 설문 방식이 다르니 두 숫자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조사에서나 큰 회사가 먼저 쓰고 작은 회사가 뒤따르는 모양은 같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이미 쓴다”도 “아직 아무도 안 쓴다”도 맞지 않습니다. 큰 회사가 먼저 출발했고, 중소기업 대부분은 이제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앞선 회사와의 거리가 아직 멀지 않다는 점이 지금 시작할 이유입니다.

도구 값은 내려갔고, 남은 문제는 준비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AI 도입은 데이터 과학자를 뽑고 서버를 들여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스탠퍼드 AI Index 2025에 따르면 GPT-3.5 수준의 성능을 내는 AI를 쓰는 비용은 2022년 11월 토큰(AI가 글을 처리하는 단위) 100만 개당 20달러에서 2024년 10월 0.07달러로 280분의 1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직원 한 명이 월 몇만 원짜리 기업용 요금제로 문서 초안, 요약, 번역, 엑셀 수식 작성을 맡길 수 있게 된 배경입니다.

그래서 지금 기업을 가로막는 것은 기술이나 돈보다 준비입니다. 어떤 업무에 쓸지, 회사 자료를 어디까지 넣어도 되는지, 결과물을 누가 확인할지를 정하지 않으면 도구를 사도 몇 사람만 쓰다가 흐지부지됩니다. AI가 업무 효율을 실제로 얼마나 높이는지, 어디서 효과가 줄어드는지는 이 연재의 AI·자동화는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인가에서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따로 다룹니다.

도구 값은 내려갔고, 남은 문제는 준비입니다 관련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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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는 동안 쌓이는 비용

도입하지 않는 쪽에도 비용이 있습니다. 청구서로 오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빈자리를 메우는 비용

사람을 못 구한 자리의 일은 사라지지 않고 남은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앞의 식품 유통 회사라면 영업팀장이 저녁마다 세금계산서를 붙들고 있는 만큼 거래처 방문과 신규 영업이 줄어듭니다. 초과근무 수당, 늦어진 납기, 잘못 발행한 계산서의 정정 작업까지 더하면 공석 한 자리가 만드는 손실은 생각보다 큽니다.

격차는 복리처럼 벌어집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25년 9월 전 세계 임원 1,250명을 조사한 결과, AI로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업은 5%였고 60%는 매출과 비용 모두에서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앞선 5%는 뒤처진 60%보다 매출 성장이 1.7배, 3년 주주수익률이 3.6배 높았고, 2025년에 AI에 두 배 넘게 투자할 계획이었습니다. 먼저 성과를 낸 회사가 그 돈을 다시 AI에 넣으면서 차이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국내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입니다. 한국은행은 앞의 보고서에서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가가 모든 기업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졌다며,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직능연 분석에서도 300인 이상 기업과 100인 미만 기업의 AI 활용률 차이는 2017년 2.8%포인트에서 2024년 11.8%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규칙 없이 쓰는 비용

직원 절반이 이미 생성형 AI를 업무에 쓰는데 회사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거래처 단가표나 고객 연락처를 개인 계정에 붙여 넣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잘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의 업무 속도 차이도 그대로 방치됩니다. AI를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회사가 사실은 관리하지 않은 채 쓰고 있는 회사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비용입니다.

우리 회사는 지금 어디쯤인가: 15분 점검

아래 다섯 가지에 답해 보면 AI 도입이 얼마나 시급한지, 어디부터 살펴볼지 윤곽이 잡힙니다.

  1. 지난 1년 동안 채용 공고를 3개월 넘게 올려 둔 자리가 있습니까? 그 자리의 일은 지금 누가 하고 있습니까?
  2. 팀마다 매주 반복하는 문서 작업(견적서, 발주서, 주간 보고, 회의록, 거래처 안내 메일)을 적어 보십시오. 각각 주당 몇 시간이 듭니까?
  3. 직원들이 개인 계정으로 ChatGPT 같은 도구를 쓰고 있습니까? 회사 자료를 넣어도 되는지 정한 규칙이 있습니까?
  4. 같은 업종의 경쟁사나 거래처 가운데 견적 회신, 상담, 발주 처리가 눈에 띄게 빨라진 곳이 있습니까?
  5. 업무 매뉴얼과 규정이 문서로 남아 있습니까, 아니면 특정 직원의 머릿속에만 있습니까?

2번은 간단히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사무직 4명이 각자 주 6시간을 문서 정리와 취합에 쓰고, 4대 보험 등을 포함한 시간당 인건비를 2만 5천 원으로 잡아 보겠습니다.

항목 값
연간 투입 시간 4명 × 6시간 × 52주 = 1,248시간
연간 인건비 1,248시간 × 2만 5천 원 = 3,120만 원
3분의 1을 줄였을 때 연 약 1,040만 원, 주당 약 8시간

주당 8시간이면 공석의 업무 일부를 나눠 맡을 여유가 생깁니다. 표의 숫자는 가정이니 각 회사의 실제 시간과 인건비로 바꿔 넣으면 됩니다.

3번에서 정해 둔 규칙이 없고 5번에서 문서가 없다면, 도구를 고르기 전에 사용 규칙과 업무 문서부터 정리하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AI 도입이 흔히 막히는 지점이 바로 거기이기 때문입니다.

AI를 지금 써야 하는 이유는 유행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줄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도구부터 급하게 살 일은 아닙니다. 반복 업무 하나를 골라 시간을 재고, 사용 규칙을 정하고, 작게 시작해 결과를 확인하는 순서면 충분합니다.

어떤 업무부터 손댈지 정하기 어렵다면 자동화 진단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고, 도입이 흔히 어디서 막히는지는 AI 도입이 실패하는 이유에 정리했습니다.

참고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