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5일 오후, 직원 40명인 생활용품 도매 회사의 영업지원 대리는 지점 여섯 곳이 보낸 실적 파일을 합칩니다. 받은 파일 이름은 ‘9월실적_최종’, ‘9월실적_최종_수정’, ’9월실적(진짜최종)’입니다. 한 지점은 열 순서를 바꿔 보냈고, 다른 지점은 합계 행을 지운 채 보냈습니다. 그사이 단톡방에는 “몇 시까지 돼요?“라는 사장의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이 방식은 돈이 들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엑셀은 이미 깔려 있고 카카오톡은 무료이니까요. 그런데 비용은 청구서가 아닌 다른 곳으로 빠져나갑니다. 틀린 숫자, 찾고 묻는 데 쓰는 시간, 남지 않는 기록입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스프레드시트는 생각보다 자주 틀린다

스프레드시트 오류 연구로 잘 알려진 하와이대의 레이먼드 팽코 교수는 2000년 발표에서 여러 기관이 실제 업무용 스프레드시트를 감사한 결과를 모아 정리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감사 방법이 꼼꼼해진 1997년 이후 조사에서는 54개 파일 가운데 91%에서 오류가 나왔습니다. 대형 시트를 셀 하나하나 뜯어본 감사에서는 셀의 1.12.5%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풀게 한 실험에서도, 셀 2550개짜리 작은 시트의 51%가 틀렸습니다.

팽코는 이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복잡한 머리 쓰는 일을 할 때 사람의 실수율은 대체로 2~5%라는 것이 오래된 연구 결과이고, 스프레드시트도 사람이 만드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계산해 보면 무게가 실감 납니다. 셀 1,000개짜리 정산표에서 셀마다 1%의 확률로 실수가 생긴다고 가정하면, 오류가 하나도 없을 확률은 0.99를 1,000번 곱한 값, 약 0.004%입니다. 큰 시트에는 오류가 있다고 보고 일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문제는 틀렸다는 사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식은 셀 뒤에 숨어 있고, 결과는 그럴듯한 숫자로 나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수식을 바꿨는지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엑셀 파일은 만든 사람 말고는 아무도 검토하지 않습니다.

큰 조직도 피하지 못한 엑셀 사고 네 가지

“우리는 작은 회사라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고는 오히려 전문가가 가득한 곳에서 크게 났습니다.

사고 무슨 일이 있었나 드러난 약점
JP모건 ‘런던 고래’ (2012) 위험 측정 모델이 엑셀 시트 사이 복사·붙여넣기로 돌아갔고, 변화율을 평균이 아닌 합으로 나누는 수식 오류가 있었음 수작업 복사, 수식 검증 없음
라인하트·로고프 논문 (2010, 오류 지적 2013) 평균을 내는 범위에서 다섯 나라가 빠짐 범위 지정 실수가 눈에 띄지 않음
영국 보건청 코로나 집계 (2020) 확진 1만 5,841건이 일일 통계에서 빠짐 오래된 파일 형식의 행 수 한도
유전체 논문 보충 자료 (2005~2015) 유전자 이름 ’SEPT2’가 날짜 ’2-Sep’로 바뀜 자동 서식 변환

JP모건은 2012년 파생상품 거래로 그해 6월 말까지 약 58억 달러를 잃었습니다. 이듬해 1월 나온 회사 자체 조사 보고서는 새 위험 측정 모델이 “엑셀 시트 여러 개로 돌아갔고, 한 시트에서 다른 시트로 데이터를 복사해 붙여넣는 수작업”이 필요했다고 적었습니다. 모델 검토 부서는 이 방식이 “오류가 나기 쉽다”고 지적하고 자동화를 조건으로 승인했지만, 자동화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한 시트가 변화율을 평균이 아니라 합으로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보고서는 이 오류가 변동성을 절반가량 낮춰 위험 수치를 작게 보이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보고서가 손실의 주된 책임을 트레이더들의 거래 전략에 두었다는 점은 함께 적어 둡니다. 엑셀은 원인이라기보다 위험을 제때 보지 못하게 만든 통제 실패의 일부였습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카먼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의 2010년 논문은,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는 나라의 평균 성장률이 -0.1%라고 보고해 부채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2013년 매사추세츠대 연구진이 원 저자들의 작업 파일을 받아 다시 계산하다가, 평균을 내는 범위에서 알파벳 순서상 앞의 다섯 나라(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연구진은 이 오류와 다른 두 가지 분석 선택을 함께 바로잡으면 평균 성장률이 2.2%가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라인하트와 로고프는 엑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논문의 핵심 메시지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어느 쪽이 옳든, 세계적인 학자의 파일도 다른 사람이 열어 보기 전까지 오류가 그대로 있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큰 조직도 피하지 못한 엑셀 사고 네 가지 관련 장면
AI 생성 이미지

영국 보건청 사고는 형식의 한계에서 나왔습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보건청은 검사 기관들이 보낸 결과 파일을 엑셀 템플릿으로 모았는데, 1987년에 나온 옛 XLS 형식을 쓰는 바람에 템플릿 하나에 약 6만 5천 행, 검사 결과로는 1,400건 남짓만 들어갔습니다. 그 뒤의 결과는 경고 없이 잘렸습니다. 2020년 9월 25일부터 10월 2일까지 확진 1만 5,841건이 일일 통계에서 빠졌고, 그만큼 접촉자 추적이 늦어졌습니다.

마지막은 서식 자동 변환입니다. 호주 연구진이 2005~2015년 유전체 학술지 18곳의 보충 자료를 조사했더니, 엑셀 유전자 목록을 첨부한 논문 3,597편 가운데 704편(19.6%)에서 유전자 이름이 날짜나 숫자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한국 사무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3-12’ 같은 품번이 3월 12일로 바뀌고, 코드 앞자리 0이 사라지고, 긴 숫자 코드가 ‘2.31E+13’ 같은 지수 표기로 바뀝니다.

네 사고의 공통점은 엑셀이 계산을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실수를 걸러 줄 장치, 즉 입력 검증, 두 번째 검토자, 변경 기록, 한도 경고 없이 중요한 일을 스프레드시트에 맡겼다는 것입니다. 작은 회사로 옮기면, 단가표를 복사하다 한 줄이 밀려 한 달 치 거래명세서 단가가 틀리는 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최종_진짜최종.xlsx’와 “그거 어디 있어요?”

파일이 메일과 카톡 첨부로 오가는 순간 사본이 생깁니다. 두 사람이 각자 받은 사본을 고치면 어느 쪽이 맞는지 가려 줄 기준이 없습니다. 파일 이름에 ’최종’을 붙이는 것은 사실 버전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회사에 필요한 것은 모두가 같은 파일 하나를 보는 상태, 흔히 ’단일 원본’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원본이 하나면 누가 언제 무엇을 바꿨는지도 그 파일에 남습니다.

버전이 여러 개인 회사에서는 찾고 묻는 데 시간이 새어 나갑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2012년 보고서에서, 관리자나 영업직처럼 사람을 상대하며 판단하는 직군이 근무 시간의 28%를 이메일 처리에, 약 19%를 정보를 찾거나 도와줄 동료를 수소문하는 데 쓴다고 추정했습니다. 협업 도구 회사 아틀라시안이 2025년 지식노동자 1만 2천 명과 대기업 임원 200명을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근무 시간의 4분의 1이 정보 찾기에 들어간다는 결과가 나왔고, 응답자의 56%는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결국 누군가에게 묻거나 회의를 잡는 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둘 다 자기 응답을 모은 추정이고 해외 조사라 우리 회사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작은 회사에서는 이 비용이 특정 사람에게 몰립니다. “지난번 A마트 단가 얼마로 했죠?“라는 질문을 받는 사람은 늘 가장 오래 일한 과장이나 사장입니다. 질문 하나에 1분이면 끝나도, 하던 일로 돌아가는 데는 그보다 오래 걸립니다.

단톡방 업무 지시가 남기지 않는 것

한국 회사에서 업무 연락은 대개 메신저로 오갑니다. 인크루트가 2022년 직장인 1,056명에게 물었더니 57.2%가 업무용과 개인용 메신저 구분이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고, 중소기업 재직자는 이 비율이 68.4%로 대기업(25.4%)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개인 카톡 단톡방이 곧 업무 시스템인 회사가 많다는 뜻입니다.

단톡방의 첫째 문제는 지시와 승인이 대화에 묻힌다는 것입니다. “B상사는 이번 달 3% 할인해 드려요” 한 줄은 공지와 잡담과 사진 사이로 금세 밀려 올라갑니다. 한 달 뒤 세금계산서 금액이 맞지 않을 때, 누가 언제 할인을 승인했는지 찾으려면 스크롤을 한참 올려야 합니다. 요청마다 처리됐는지 아닌지를 표시할 방법도 없어서, “그거 하셨어요?“라는 확인 메시지가 다시 쌓입니다.

단톡방 업무 지시가 남기지 않는 것 관련 장면
AI 생성 이미지

둘째 문제는 기록이 회사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카오 고객센터 안내에 따르면 카카오톡 대화 백업은 텍스트만 가능하고 사진, 동영상, 첨부 파일은 빠지며, 백업한 대화는 14일 안에 복원해야 합니다(유료 톡클라우드는 예외). 거래처가 보낸 거래명세서 사진과 발주 내역이 담당자 휴대폰에만 있다면, 그 사람이 퇴사하거나 휴대폰을 바꾸는 날 회사 기록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셋째 문제는 일과 쉼의 경계입니다. 같은 인크루트 조사에서 개인 메신저로 일하는 사람의 86.8%가 업무시간 외에 업무 지시나 협업 요청을 받아 봤다고 답했습니다. 업무용 메신저를 쓰는 사람(68.7%)보다 18%포인트 높습니다. 밤 10시에 울리는 카톡은 지시한 사람에게는 공짜지만, 받는 사람의 피로와 이직으로 비용이 돌아옵니다.

우리 회사의 숨은 비용 계산하기

숨은 비용은 느낌으로 말하면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래 식으로 대략이라도 숫자를 내 보십시오.

연간 숨은 비용 = (관련 인원 × 1회 소요 시간 × 연간 횟수)의 합 × 시간당 인건비 + 오류 수습 비용

앞의 도매 회사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연 250일 근무를 기준으로 했고, 시간당 인건비는 4대 보험 같은 회사 부담분을 포함해 2만 원으로 가정했습니다.

항목 누가 얼마나 연간 시간
월말 실적 파일 취합·대조 영업지원 1명 월 8시간 96시간
단톡방 단가·재고 문의 응답 담당자 3명 1인당 하루 20분 250시간
최신 파일 찾기와 버전 확인 사무직 10명 1인당 주 1시간 520시간
틀린 거래명세서·세금계산서 수정 관리팀 월 2건, 건당 3시간 72시간
합계 938시간

938시간에 2만 원을 곱하면 한 해 약 1,880만 원입니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한 사람이 1년에 일하는 시간(약 2,080시간)의 45%에 해당합니다. 사람을 새로 뽑지 않았는데도 반 사람 몫의 일이 취합, 대조, 확인에 들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표에 들어가지 않는 비용도 있습니다. 틀린 숫자로 내린 발주나 가격 결정, 단가를 잘못 받은 거래처의 신뢰, 퇴사자와 함께 사라진 기록은 시간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보통 더 큽니다. 숫자를 정확히 하고 싶다면 2주 동안 담당자들이 해당 업무에 쓴 시간을 직접 적어 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짐작으로 적은 숫자는 대개 실제보다 작습니다.

비용이 보이면 할 일도 보입니다. 새 도구를 사기 전에 해 볼 수 있는 것부터 적습니다.

  1. 파일은 하나만 두고 링크로 공유합니다. 첨부로 주고받지 않고, 변경 기록이 남는 클라우드 스프레드시트나 공유 드라이브의 원본 하나를 모두가 엽니다.
  2. 입력 양식을 잠급니다. 지점이 채울 칸만 열어 두고, 품목과 거래처는 목록에서 고르게 하고, 코드 칸은 텍스트 서식으로 바꿔 날짜 변환과 앞자리 0 삭제를 막습니다.
  3. 중요한 수식은 두 번째 사람이 봅니다. 단가표와 정산표의 수식을 바꿀 때만이라도 다른 사람이 확인합니다. 팽코가 2000년 발표에서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방법으로 꼽은 것도 셀 하나하나를 짚어 보는 검토였습니다. “나중에 자동화하자”는 약속에는 기한과 담당자를 붙입니다. JP모건의 모델 검토 부서도 자동화를 조건으로 걸었지만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4. 단톡방은 알림용, 결정은 남는 곳에서 합니다. 발주, 단가 변경, 할인 승인처럼 나중에 다시 찾을 일은 양식이나 전자결재, 업무용 메신저의 게시판처럼 기록과 처리 상태가 남는 곳으로 보냅니다. 단톡방 공지에 “요청은 여기로”라는 링크 하나만 걸어 둬도 달라집니다.
  5. 업무 자료는 회사 저장소에 둡니다. 거래명세서 사진과 계약 관련 파일은 개인 휴대폰이 아니라 공유 폴더에 올리고, 퇴사와 기기 교체 체크리스트에 이 항목을 넣습니다.

엑셀과 단톡방이 나쁜 도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엑셀은 혼자 숫자를 만져 보는 데 훌륭하고, 단톡방은 빨리 알리는 데 훌륭합니다. 문제는 회사가 커지면서 두 도구가 원래 역할을 넘어 장부와 결재 시스템 노릇까지 떠맡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위 표에서 가장 큰 칸을 차지한 반복 업무가 보통 첫 자동화 후보가 됩니다.

어떤 반복 업무부터 손댈지 고르는 방법은 무엇부터 자동화할까에서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