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새로 들어온 직원의 노트북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팀장은 총무 담당자에게 메신저를 보내고, 총무는 IT 담당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계정 발급은 또 다른 사람에게 메일로 부탁해야 합니다. 누가 어디까지 처리했는지는 아무도 한눈에 볼 수 없습니다. 미국의 서비스나우(ServiceNow)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요청’을 시스템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를 팔아 2025년에 매출 132억 달러를 올렸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름이 낯선 이 회사가 무엇을 팔고, 왜 2026년 들어 주가가 크게 흔들렸는지 정리합니다.
IT 고장 신고 접수 도구에서 시작한 회사
서비스나우를 세운 사람은 프레드 러디입니다. 그는 샌디에이고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페레그린 시스템즈에서 2002년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했습니다. 2003년 글라이드소프트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시작했고 2004년 캘리포니아에서 법인을 등록했습니다. 2005년 중반 투자를 받기 전까지 직원은 러디 혼자였습니다.
러디가 처음 만든 것은 특정 업무용 제품이 아니라 범용 워크플로 엔진이었습니다. 워크플로란 “누가 요청하고, 누가 승인하고, 누가 처리하고, 끝나면 누구에게 알리는가”를 정해 둔 업무의 흐름입니다. 그는 이 엔진 위에 첫 제품으로 IT 서비스 관리(ITSM)를 얹었습니다. 직원이 “프린터가 안 돼요”, “VPN 계정이 필요해요”라고 신고하면 접수 번호를 붙여 담당자에게 배정하고, 처리 기한과 결과를 기록하는 도구입니다.
회사 이름은 2006년 서비스나우닷컴(Service-Now.com)으로 바뀌었고, 2012년 6월 기업공개(IPO)로 2억 1,000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지금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NOW’라는 종목 코드로 거래되고,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습니다. 2019년 말부터는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 SAP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빌 맥더멋이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무엇을 파는가: 회사 안의 ’민원 창구’를 하나로
서비스나우의 제품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회사 안의 모든 요청을 한 창구로 받고, 정해진 순서대로 처리되게 만드는 플랫폼입니다. 동사무소 민원 창구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민원인은 번호표를 뽑고 서류를 내면 되고, 그 뒤 어느 부서를 거쳐 언제 처리되는지는 시스템이 추적합니다.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의 전화번호를 알 필요가 없습니다.
IT 신고에서 시작한 이 방식은 곧 다른 부서로 넓어졌습니다. 인사팀에 들어오는 휴가·증명서 요청, 고객센터에 들어오는 불만 접수, 구매팀의 품의도 구조는 같습니다. 누군가 요청하고, 담당자가 처리하고, 기록이 남아야 합니다. 서비스나우는 2025년 연차 보고서(10-K)에서 자사 플랫폼이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를 연결해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문다”고 설명합니다.
| 제품 영역 | 주요 제품 | 회사 안의 장면 |
|---|---|---|
| 기술(Technology) | IT 서비스 관리(ITSM), IT 운영 관리 | 노트북 고장 신고, 서버 장애 대응, 소프트웨어 설치 요청 |
| 고객·산업(CRM and Industry) | 고객 서비스 관리(CSM) | 고객 불만 접수, 담당자 배정, 처리 이력 관리 |
| 핵심 업무(Core Business) | 인사 서비스(HRSD) 등 | 입사자 온보딩, 휴가 신청, 부서 이동 처리 |
| 개발 도구(Creator) | 앱 엔진(App Engine) | 코드를 거의 쓰지 않고 사내 업무 앱 만들기 |
이 모든 제품이 하나의 데이터 구조 위에서 돌아간다는 점이 서비스나우가 내세우는 강점입니다. 입사자 한 명을 받는 일을 예로 들면, 인사팀이 입사 정보를 등록하는 순간 IT팀에는 노트북 준비 요청이, 총무팀에는 출입증 발급 요청이 자동으로 생깁니다. 각 부서가 따로 산 도구라면 사람이 내용을 옮겨 적어야 하는 지점입니다. 서비스나우는 2026년 5월 보도자료에서 자사 플랫폼이 해마다 1,000억 건이 넘는 워크플로를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누가 사고, 어떻게 돈을 버는가
2025년 서비스나우의 매출은 132억 7,8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1% 늘었습니다(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기준). 이 가운데 128억 8,300만 달러, 약 97%가 구독 매출입니다. 고객은 소프트웨어를 사서 설치하는 대신 해마다 사용료를 냅니다. 같은 해 순이익은 17억 4,800만 달러였습니다.
고객 수는 2025년 말 약 8,700곳, 정규직 직원은 2만 9,187명입니다(2025년 연차 보고서). 북미 밖에서 나온 매출은 37%입니다. 고객 수가 많지 않은 대신 한 곳과의 거래가 큽니다. 연간 계약 금액(ACV, 고객이 1년에 내기로 약속한 구독료)이 500만 달러를 넘는 고객이 2025년 말 603곳이었고, 2026년 6월 말에는 658곳으로 늘었습니다.
요금 구조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업계 라이선스 안내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나우 사용자는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요청만 하고 자기 요청의 진행 상황을 보는 ‘요청자’, 요청을 승인하고 보고서를 보는 ‘승인자’, 실제로 요청을 받아 처리하는 ’처리자(fulfiller)’입니다. 요청자는 따로 돈을 내지 않고, 요금은 주로 처리자 수에 따라 붙습니다. 전 직원이 쓰더라도 돈은 IT·인사·고객센터 담당자 수만큼 내는 셈입니다.
이 구조가 2026년 논쟁의 출발점이 됩니다. 처리자 한 명당 요금을 받는 회사에, AI가 처리자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2026년의 논쟁: AI 에이전트는 기회인가 위협인가
실적만 보면 서비스나우는 순항 중입니다. 2026년 2분기(46월) 매출은 39억 8,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4% 늘었고, 성장률은 2025년 4분기 20.5%, 2026년 1분기 22%에 이어 다시 빨라졌습니다. 회사는 2026년 연간 구독 매출 전망을 157억 6,000만157억 8,000만 달러로 올렸습니다. 같은 분기 서비스나우 AI 제품의 연간 계약 금액은 1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26년 2월 앤트로픽이 업무용 AI 에이전트의 플러그인을 내놓은 뒤, S&P 500 소프트웨어·서비스 지수는 6거래일 만에 최대 17% 떨어졌습니다(TIKR, 2026년 4월). 서비스나우 주가는 2026년 7월 27일 기준 연초보다 37% 낮았습니다(모틀리풀).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요청을 처리하면 처리자 자리가 줄고, 자리 수에 매기는 요금도 줄어든다는 걱정입니다.
서비스나우의 답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요금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경영진은 새로 따내는 계약의 절반이 이미 사용자 수가 아닌 방식이라고 밝혔고, 연차 보고서에도 일부 AI·데이터 제품에는 포함된 사용량을 넘으면 쓴 만큼 내는 요금이 붙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AI를 직접 끌어안는 것입니다. 2025년 12월 직원용 AI 비서 회사 무브웍스 인수를 마쳤고, 2026년 4월에는 보안 회사 아미스를 77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2026년 5월에는 두 회사의 기술을 합친 AI 비서 ’오토(Otto)’를 내놓았습니다. 직원이 어느 부서에 물어야 할지 몰라도 오토에게 말하면, 오토가 정해진 권한 안에서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일을 처리한다는 설명입니다.
맥더멋 CEO는 업무 흐름을 조율하는 시스템 없이는 AI가 기업에 주는 가치가 작다고 주장합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누가 승인했고 어떤 규정을 따랐는지 기록이 남는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이 주장을 믿을지는 앞으로 몇 분기의 실적이 보여 줄 것입니다. 이 글은 회사를 이해하기 위한 정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경쟁 구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비스나우는 연차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세일즈포스, 워크데이를 경쟁사로 꼽고, AI 전문 기업과 고객이 직접 만드는 사내 시스템도 경쟁 상대로 적었습니다. 인사 시스템을 이미 가진 회사, CRM을 이미 쓰는 회사가 굳이 서비스나우로 요청 창구를 옮겨야 하느냐는 질문에 계속 답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한국에서의 서비스나우
서비스나우는 2019년 말 한국 시장에 들어왔고, 2021년 4월 국내 데이터센터를 열었습니다(바이라인네트워크, 2021). 진출 몇 달 만에 국내 데이터센터를 세운 것은 금융·공공·대기업 고객의 데이터 보관 요구를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됐습니다. 초기 국내 사업의 중심은 IT 서비스 관리였고, IBM코리아, 메가존, LG CNS 같은 회사가 구축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국내에서 서비스나우를 쓰는 곳은 주로 IT 조직이 큰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입니다. 직원 수십 명인 회사가 서비스나우를 직접 도입할 일은 드뭅니다. 도입에는 보통 구축 파트너가 필요하고, 비용과 기간도 대기업 기준으로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비스나우가 20년 넘게 팔아 온 생각, 즉 “요청은 사람이 아니라 창구로 받는다”는 원칙은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빌려 올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 요청 업무를 점검하는 여섯 가지 질문
작은 회사에서도 요청은 매일 오갑니다. 영업팀이 견적서 검토를 부탁하고, 현장에서 자재 추가 발주를 요청하고, 직원이 재직증명서를 달라고 합니다. 이 요청이 단톡방과 전화로만 오간다면 다음 질문에 답하기 어렵습니다. 엑셀·단톡방 업무의 숨은 비용에서 다룬 문제가 바로 여기서 생깁니다.
| 질문 | 답이 “아니오”라면 생기는 일 |
|---|---|
| 1. 요청이 들어오는 창구가 하나인가 | 같은 요청이 메신저, 메일, 전화로 흩어져 누락된다 |
| 2. 요청마다 번호나 기록이 남는가 | “그거 말씀드렸잖아요”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
| 3. 담당자가 정해지는 규칙이 있는가 | 늘 연락이 잘 닿는 사람에게 일이 몰린다 |
| 4. 처리 기한과 지연 여부가 보이는가 | 급한 요청이 묻히고, 독촉 전화가 늘어난다 |
| 5. 승인이 필요한 요청과 아닌 요청이 구분되는가 | 사소한 일까지 대표 결재를 기다린다 |
| 6. 한 달 동안 어떤 요청이 몇 건 들어왔는지 셀 수 있는가 | 무엇부터 자동화할지 근거 없이 정한다 |
여섯 가지 중 두세 개에만 “아니오”가 나와도 개선할 여지가 큽니다. 처음부터 비싼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요청 양식 하나와 공유 목록 하나로 1~3번을 해결하고, 처리 순서를 업무 매뉴얼(SOP)로 정리한 다음, 건수가 쌓이면 자동화할 대상을 고르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기성 도구를 쓸지 직접 만들지는 업무툴 살까 만들까의 기준을 참고하면 됩니다.
서비스나우가 보여 준 것은 회사의 일 대부분이 ’누군가의 요청’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요청을 사람의 기억 대신 시스템에 맡긴 회사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일이 멈추지 않고, AI에게 일을 맡길 때도 무엇을 맡길지 기록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같은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라도 접근 방식이 다른 팔란티어와 나란히 읽어 보면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우리 회사의 요청 업무 중 무엇부터 정리할지 막막하다면 AI 업무자동화 진단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 ServiceNow, Inc. Form 10-K (fiscal year 2025)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2026
- ServiceNow Reports Fourth Quarter and Full-Year 2025 Financial Results (Form 8-K)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2026
- ServiceNow Reports Second Quarter 2026 Financial Results — ServiceNow, 2026
- ServiceNow Otto creates the unified AI experience for the enterprise — ServiceNow, 2026
- ServiceNow — 위키백과, 2026
- ServiceNow’s Revenue Is Accelerating. Is the Stock a Buy Now? — The Motley Fool, 2026
- ServiceNow Stock Is Down 33% in 2026. Could Q1 Earnings Be the Turning Point? — TIKR, 2026
- Understanding ServiceNow Licensing: A Comprehensive Guide — CloudNuro, 2025
- ‘서비스나우’를 소개합니다 — 바이라인네트워크, 2021
- 서비스나우, 박혜경 신임 한국 대표 선임 — 바이라인네트워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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